반응형 에세이17 치질의 온도. 1. 치질의 발단 내 나이 어느 덧 인생의 서론을 지나, 서른의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그 동안의 인생에서 내 몸에서 분비되고 배설되던 모든 구멍에는 불문율이 있었다. 최대의 양을 최고의 힘을 다해 내보낼 것. 콧물은 뇌수가 코를 타고 나오기 직전까지. 눈물은 눈알이 튀어나오기 직전까지. 소변은 복압으로 최대한 방광을 쥐어짜서, 오줌줄기가 워터잿(Water Jet)이 되서 소변기를 쪼갤 기세로. 오늘의 주제인 치질의 원인도 이러한 대변을 보는 생활습관 때문에 시작되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 로켓이 대기권을 돌파할 요량으로 분출하는 그 에너지로 대변을 매일 분출해댔던 것이다. 인생의 서론을 넘어 본론으로 넘어가는 지금까지. 인생의 서론이었을 당시에는 내 응꼬가 아직 막 씻은 대창처럼 청렴했던 시.. 2023. 5. 28. 고통과 즐거움, 그냥 지금 즐거운 것을 하면 안 되는 건, 시대가 지나도 여전하다. 약 3천년 전의 이집트 석판에도 상형문자로 그리 적혀있다지 않은가. "너도 네 형처럼 공부 좀 하고 놀러다닐 궁리만 하지 말아라. 아버지처럼 서기관을 목표로 공부해라."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즐거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과 부를 축적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오늘 하루를 살라고 자기관리 서적들은 한 목소리로 울부짖지만, 아니, 당장 내일 죽으면 오늘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 개떡같이 말해놓고 찰떡같이 알아듣길 바라는 자기관리 서적을 몇십권 읽어넘기면 어느 새, 유튜브의 자기관리 책을 리뷰하는 사람들의 자극적인 썸네일처럼, "이 영상을 꾸준히 본다면 당신도 이미 부자의 마인드를 소유한다!" 개떡같은 말이다. .. 2023. 2. 15.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죽음, 이라고 되뇌기만 해도 두렵다. 죽음이 삶의 끝이고 그 끝이 온다는 생각만으로 몸이 굳는다. 몸이 굳으면 죽음을 직감할 때이다. 범이 가만히 으르렁 거리는 소리에 사냥개의 몸이 굳는 이유는 죽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죽음이 두렵다고 사고하기 이전에 몸은 그 앞에 굳는다. 그래서 예부터 조선땅에서 호환은 마마와 동급의 죽음을 의미하지 않았나. 이렇듯 죽음, 이라고 느끼기만 해도 몸은 즉각적으로 굳어지는데, 왜 중세의 누군가는 죽음을 항상 기억(상기)하라고 얘기했을까. 이 말은 중세의 화려한 암흑을 뚫고 현재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을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삶을 치열하고 충실하게 살게 할 원동력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셔터문이 닫히기 전에 치열하게 달려와서 그 밑으로 슬라이딩하듯이. 셔터.. 2021. 2. 26. 인생은 자포자기, 지피지기, 호연지기 3사이클 어떤 지인이 나를 보고 좌절한 사람 같다고 했다. 투자도 제대로 목표치만큼 이루지 못했고, 연구하고 있던 학문을 점점 타성에 젖어 그만 둘까 하던 차였다. 해서 뭐하나. 이런 마음이 들었다. 필드에서 어떻게 정의롭게, 사람을 이롭게 할까? 라는 질문을 내가 전공하는 학문으로 이루려다 보면 암담했기 때문이다. 그저 사람의 행동을 바꾸기 전에 인식을 매만져서 바꿀 수 있다면, 그만큼의 기여만 할 수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하등 쓸데없는 걸 스스로의 재미와 도피처로 삼았던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타성에 젖어 이것저것 조합해서 쓰는 글들에 나 자신도 확신이 없었고, 교수님과 그 외 같은 그룹의, 타그룹의 사람들이 칭찬을 하노라면 칭찬같이 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자포자기의 상태였다. .. 2021. 2. 15. 이전 1 2 3 4 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