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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Check/문학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by 스파르탄 2021.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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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매트릭스 1편에서 작중 등장인물인 모피어스는 평생 동안 ‘구원자’를 찾아다니다가 결국, 매트릭스에서 프로그래머로 살고 있는 네오를 만난다. 이후 매트릭스의 요원들로부터 네오를 구출한 이후 반란군의 아지트에서 네오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을 주면서 현실세계로 넘어올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다 잊고 다시 매트릭스의 삶으로 돌아갈지 선택하게 한다. 모피어스는 매트릭스 1편에서 네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이게 끝나면 돌이킬 수 없어. 파란 약을 먹으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 자는 잠에서 깨어 일상으로 되돌아가 믿고 싶은 걸 믿으며 살면 돼. 빨간 약을 먹으면, 이상한 나라에 남는다. 나는 토끼굴이 과연 어디까지 깊은지 보여줄 걸세. 명심하게. 난 자네에게 진실만을 권한다는 걸.” 

 

  파란 약을 먹으면 매트릭스의 삶에 남는다는 것도 진실, 빨간 약을 먹으면 매트릭스의 세계에서 벗어나 실제 디스토피아적, 고통스러운 삶으로 깨어나는 것도 진실이다. 이 두 진실 사이에서 네오는 갈등하다가 빨간 약을 먹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토끼굴과 같은 통로를 통해서 기계들의 동력을 위한 인간 전지의 삶을 살고 있음을 자각하고 무지한 삶에서 탈출한다.

 

  매트릭스의 삶으로 돌아가게 하는 파란 약과 멋진 신세계에서 거의 모든 계층이 당연하게 먹는 가상의 마약인 ‘소마’는 차이점이 있다. 매트릭스의 배경에서는 파란약과 빨간약을 선택할 권리가 있지만 멋진 신세계에서는 소마를 먹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소마를 먹지 않는 것이 파란약을 먹는 효과를 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차이는 멋진신세계의 작중 인물인 버나드 마르크스는 스스로 소마라는 마약을 안 먹기로 정하는 점이 네오와 다르다. 

 

  그러나 매트릭스로 다시 무지한 삶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의미하는 파란 약과 멋진 신세계에서 거의 모든 계층이 당연하게 먹는 가상의 마약인 ‘소마’는 유사한 점이 있다.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쾌락에 세뇌당하고 주체적으로 생각할 힘을 잃은 미래사회의 모습을 상상했다. 헉슬리가 1930년대의 미국 사회에서 멋진 신세계의 모습을 발견했는데 그 것은 바로 무지가 보편적인 세계이다. 헉슬리는 그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선동되고 쾌락적인 것만을 좇으며, 사유하고 사고하여야만 하는 중요한 인간의 권리를 애써 회피하고 싶어하는지를 간파했다. 

 

  매트릭스에서 네오 이전에 인간 반란군에 의해서 매트릭스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빨간 약을 먹고 나온 작중 인물 사이퍼는 이런 대사를 말했다. “모피어스, 당신이 제대로 말해주기만 했다면 빨간 약은 안 먹었잖아!” 모피어스에게 현실 세계에 대해서 더 설명을 들었다면 자신은 무지했던 매트릭스에서 깨어나는 파란 약을 먹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다시 기계들과 거래로 네오를 넘기는 대신에 자신을 매트릭스 안으로 넣어달라고 한다. 사이퍼는 기계들과 싸우고, 숨어지내야 하고, 죽음의 불안에 떨어야 하는 현실 세계에서 다시 무지했던 매트릭스로 들어가고자 한다. 

 

  사이퍼와는 반대로, 멋진 신세계의 버나드 마르크스는 스스로 소마를 먹기를 끊는다. 멋진 신세계에 등장하는 소마는 복용하면 바로 기분이 좋아지는 일종의 마약이다. 알파는 대중들에게 이 소마를 보급하고, 체제 유지를 위해 무력을 쓰는 대신에 대중의 무지를 이용한다. 버나드는 헉슬리의 시각을 대변하여 진정한 인간이라면 고통이나 불편함, 불안 등에서 벗어나고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하는 힘을 버리는 것이 진정으로 옳은 결정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다른 알파들과 달리 버나드는 자신의 신체적인 ‘결함’으로부터 느끼는 모멸감에서 벗어나고자 소마를 먹지 않는다. 버나드는 극중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인 레니나에게 “난 차라리 나 자신 그대로 남아있고 싶어요.” “불쾌하더라도 나 자신 그대로요. 아무리 즐겁더라도 남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버나드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경험을 알파의 신체조건에서 벗어나 있는 자신의 신체로부터 깨달았다.

 

  그러나 버나드는 자신이 이 멋진 신세계에서 추방당할 장면에 처하자 자신의 사상을 급선회하며, 통제관에게 애걸한다. 그가 원했던 것은 알파들은 알지 못하고 나만이 알고 있다는 일종의 지식인으로서의 우월감으로 밝혀진다. 신체적인 조건에서 다른 알파들과 다르게 열등했던 버나드는 자신이 취할 수 있는 것을 무지몽매한 자들과 나는 다르다는 자의식이었다. 그 자의식은 멋진 신세계에서만이 인정받을 수 있지만, 만약 자신과 같이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유배지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특별할 게 없는 것이었기에 멋진 신세계에 남기를 애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버나드와 달리, 야만인이라 불리는 존은 진정으로 소마를 원하지도 않으며, 남들보다 우월하기 위해서 사고한다는 사실을 떠벌리지도 않는다. 그는 육체적인 쾌락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신적 가치임을 사람들에게 설파한다. 자신의 어머니 린다의 죽음 이후, 최하급 계급인 델타들이 저마다 줄을 서서 하루치의 소마를 배급받을 때, 그 자리에 나타나 마치 예수가 채찍을 들어 장사치들을 쫓아내는 것처럼 소마를 뒤엎는다. 성난 델타계급들은 존을 잡아서 떠민다. 버나드는 자신이 사랑을 느끼는 레니나가 신세계의 방법으로 성행위를 원하며 다가오지만 그녀를 ‘창녀’라고 말하며 쫓아낸다.

 

  존은 야만인의 세계에서 종교를 가지고 있으며, 예수를 믿는 사람이다. 정신적인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기 때문에 자신이 육체적인 쾌락이자 무지하게 만드는 소마를 극도로 싫어한다. 결국, 마지막에 존은 혼란스러운 파티에서 자신도 소마를 먹지만 소마를 먹고 자신의 신념을 스스로 헤친 것을 후회하며 자살한다. 존은 극단적으로 육체적인 쾌락을 멀리하는데, 이러한 이분법은 기존의 교회 내에서 통용되는 몸 담론과 통하는 면이 있다. 육체의 쾌락은 일시적이며, 악하고, 신이 주는 기쁨만이 영원한 생명이라고 고백하는 신앙인들의 극단적인 면모와 닮아있다. 

 

  멋진 신세계와 매트릭스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에게서 드러나는 관점들에서 ‘인간이란 마땅히 어떠해야만 한다’는 생각보다 무지에서 벗어나 의식을 갖고 육체의 쾌락과 정신적인 쾌락을 나누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나누려고 했던 나 자신의 모습에 반성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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