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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Check/문학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 두번째 리뷰

by 스파르탄 2021.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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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알베르 카뮈가 이방인을 통해서 주장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리고 레비나스 세미나 첫 수업의 책을 이방인으로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수가 바둑돌로 아무런 의미도 없던 바둑판 위에 전선을 세우고, 대마가 잡힌 곳에서 뜻밖의 활로를 여는 그 경로를 아직 하수인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가진 시야의 한계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나서 카뮈와 레비나스의 접점이 보였다. 알베르 카뮈가 이방인을 통해서 나타내려고 했던 것 중의 하나는 부조리한 세계였다. 

  카뮈가 말하고 있는 세계는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저 곳으로써의 세계가 아니라, 현재, 이 곳의 세계다. 뮈르소가 이방인으로서 알제리의 알제에 거주하고 파리로 갈 수 있는 것을 거부하고 철저히 이방인으로 남는 것은 미래에 있을 어떠한 것을 기대하는 것보다 현재를 살아가려는 의지의 관철이다. 많은 독자들과 뮈르소를 둘러싸고 살아가는 인물들은 이방인인 뮈르소를 보면서 ‘왜’라는 질문을 한다. 그 행동들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뮈르소는 왜 그렇게 사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처한 현재,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최선의 궁리를 하며 묵묵히 살다가 죽는다.

  이러한 이방인에 등장하는 세 가지 지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2. 확실성의 부정 

 

  사랑하진 않지만 당신과 결혼은 할 수 있어.

 

  뮈르소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코미디 영화를 함께 본 마리라는 애인이 있다. 마리는 뮈르소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뮈르소에게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뮈르소는 사랑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사랑 안 할 수는 있지만 당신과라면 결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에 마리는 웃음인지 찡그림인지 모를 미소를 남기고 키스한다. 내가 만약 여자친구가 자신을 사랑하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저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럴 수 없다. 나는 반드시 사랑한다고 답한다. 거기에 더해서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 것이 과연 현재의 사실일까? 나는 정말로 내 여자친구를 사랑하고 있을까?

  뮈르소는 사랑이라는 관념보다 세계 안에서 확실하게 이루어지는 계약인 결혼을 통해 마리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표현한다. 뮈르소는 마리에게 이방인이다. 영문으로 번역하면 ‘이상한 사람’이다. 미래에 있을 수 있는 내세와 사랑은 닮아있다.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확신할 수도 있지만 그 확신에 대해 증거를 가질 수 없다. 그러나 결혼은 증인이 있고, 혼인신고서가 남는다. 뮈르소의 세계는 이처럼 증거가 남는 현세를 말하고 있다. 

 

3. 부조리의 발견 

 

 한여름에 천천히 걸으면 일사병에 걸리고, 빨리 걸어서 땀이 나면, 성당에 갔을 때 오한이 든다. 

 

  뮈르소가 어머니의 장례를 위해 관 행렬을 따라갈 때, 간호사가 하는 말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 뮈르소는 양복을 입어서 무척이나 더운 상태다. 빨리 걷지 않으면 강한 햇빛에 일사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빨리 걸으면 어떻게 되는가? 빨리 걸으면 천천히 걸을 때보다 땀이 많이 나서 그늘져서 서늘한 성당에 갔을 때 땀이 식으면서 오한이 든다. 간호사의 말에 뮈르소는 ‘정말 빠져나갈 길이 없다.’라고 말한다. 뮈르소가 살고 있는 세계는 빠져나갈 길이 없는 곳이다. 

  그런데 이방인인 뮈르소 이외에 사람들은 빠져나갈 곳을 상정하면서 산다. 변호사나 신부는 뮈르소에게 내세의 믿음을 강요한다. 뮈르소는 그 믿음을 단호히 거부한다. 내세에 대한 믿음을 고백만 하면, 현세를 살아갈 수 있는데도 사랑을 말하지 않은 것처럼 최선을 다해 믿음을 거부한다. 세계의 이러한 막힘에서 뮈르소는 어떻게 살아갈지 최선을 다해 찾아간다. 레몽이 자신의 정부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글을 써달라고 하자, 안 써줄 이유도 없으니 최선을 다해서 써준다. 그리고 레몽이 친구가 되자고 하자, 친구가 안 될 이유가 없으니 친구가 되는 수동성을 보여준다. 

4. 부조리의 극복 

 

하루에 18시간을 자고 4시간은 추억하고 2시간은 화장실 가고 밥 먹는데 쓴다.

 

  뮈르소는 세계를 향해서 수동적이다. 현재 세계 안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모두 최선을 다하고, 내세에 대해 단호히 거부하다보니 감옥에 사형수로 갇히게 된다. 감옥 안에서도 뮈르소는 간호사의 말을 떠올린다. ‘정말 빠져나갈 길이 없다’라고. 감옥은 뮈르소가 살았던 밖과는 달랐지만 뮈르소는 감옥에서도 최선을 다한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에 답답하고 외롭기 때문에 잠 자는 시간을 18시간으로 늘린다. 그리고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곰곰이 곱씹으며 사랑보다 결혼이 하고 싶은 마리와의 추억 등을 생각한다. 그 나머지 시간은 먹는 것과 배출하는 데 쓴다. 그리고 이 것이 뮈르소의 감옥 안에서의 행복이다. 

  뮈르소의 바깥과 감옥은 닮아있다. 카뮈의 세계와 감옥은 닮았다. 정말 빠져나갈 길이 없는 세계와 감옥은 빠져나가서는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내세의 삶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세를 내세를 위한 발판 정도로 생각하는 삶을 카뮈는 철저히 거부한다. 빠져나갈 길이 없기 때문에 내세로 미래의 어떤 피안으로 고개를 돌리기보다 빠져나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해나가야만 한다고 말한다. 

 

5. 나가는 말

 

  카뮈는 이방인인 뮈르소와 거주민인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 우리가 실존하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물음을 던지고 답한다. 먼저 세계는 확실하지 않음의 세계다. 뮈르소가 확실하지 않은 사랑보다 책임으로 다가오고 증거가 남는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한 세계다. 두 번째로 세계는 정말 빠져나갈 수 없는 부조리의 세계다. 양자택일의 순간의 연속이 아니라, 어찌할 수 없을 만큼 팽팽하게 당겨진 실처럼 어찌할 바를 모를 경계에서 살아가는 세계다. 마지막으로 그러나 그런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뮈르소는 실존을 위해 부조리를 극복한다. 처해있는 세계 안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내려고 하며, 피안의 세계에 자신을 의탁하지 않는다.

  카뮈의 소설 이방인은 표면적으로만 보면 왜 라는 물음밖에 제기할 수 없다. 소시오패스적인 뮈르소의 행보에 그와 다른 이방사람인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뮈가 뮈르소를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부조리를 발견하게 하고, 또 그 부조리를 극복해나가는 하나의 인간으로 볼 때, 소시오패스가 아니라 영웅의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왜라는 질문의 혐오에서 어떻게 하면 뮈르소처럼 살아갈까? 라는 선망으로 옮겨가게 된다. 앞으로 진행될 수업에서 내가 해석한 이방인의 세계와 그 곳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레비나스와 어떤 접점을 가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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