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스라엘 왕 다윗과 아테네의 페리클레스의 리더십 비교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의 투키디데스와 구약 저자의 지도자에 대해 서술하는 관점이 다르다. 투키디데스는 페리클레스를 이미 지도자의 4대 덕목을 모두 갖춘 인물로 소개한다. 그의 유년기나 실수를 저질렀던 일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 지도자의 완성형 모델로서 그 당시 아테네인들에게 교육하려는 의도와 펠레폰네소스 전쟁에서 승리한 의식을 다시 고취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펠레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와 그 연합군을 이긴 이유를 단순히 스파르타의 국고가 비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 저력이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스파르타의 상황을 간파하는 지도자의 역량으로 보기 때문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투키디데스는 페리클레스의 연설을 옮겨적으며 지도자의 필수역량을 총 네 가지로 압축하고 있다.
여러분은 내게 화를 내지만 나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식견이 있고, 본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조국을 사랑하고 돈에 초연한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식견이 있으나 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생각이 없는 것이고, 이 둘을 가졌어도 애국심이 없다면 공동체를 위하지 않을 것입니다. 애국심이 있다고 해도 뇌물에 약하다면 자기 이익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릴 것입니다. 그러니 나의 자질을 믿고 전쟁을 하자는 나의 권고를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2: 43
위와 같이 펠리클레스는 지도자의 필수적 역량을 총 네 네 가지로 말하고 있다. 식견,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조국을 사랑함, 돈에 초연함이다. 이는 통찰력, 대화능력, 공동체중심, 청렴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 투키디데스는 페리클레스에 대해 이러한 인물평을 남긴다.
페리클레스는 명망과 판단력을 겸비한 실력자이자, 첨렴결백으로 유명했기에 대중을 마음대로 주물렀으며, 대중이 그를 인도한 것이 아니라 그가 대중을 이끌었다. 그는 대중에게 아첨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높은 명망을 누리고 있어 대중에게 화를 내며 그들이 한 말을 반박할 수 있었다. 그는 대중이 지나칠 만큼 자신을 과신하면 충격적인 발언으로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낙담하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 자신감을 회복시켜주곤 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2:65
마지막으로 이 네 가지를 겸비한 지도자로 페리클레스는 세 번째 덕목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가지고 있던 자신감은 자신의 외부상황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승인 아낙사고라스로부터 배운 합리적 사고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자칫, 기계적이기까지 한 그의 행보는 일종의 사회 시스템을 관장하는 중앙통제장치와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그의 이러한 점은, 집무실과 집을 직선거리로 오갔고, 아내와 자녀들에게 생활비와 용돈을 주지 않아서 가족들이 파업을 일으켰다는 일화로 엿볼 수 있다. 이 모든 지도자로서의 역량으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페르시아전쟁 때 파괴된 파르테논 신전을 재건축하는 등의 아테네의 전성기를 이끈 지도자이다.
페리클레스와 비교대상으로 다윗을 세우면, 그는 일단 신전을 세우지 못했다. 그는 원했으나 그가 전쟁에 나가 흘린 피와 특히, 무고하게 흘린 피가 있었기에 여호와는 그에게 신전을 당대에 지을 수 없게 했다. 그 이유는 역대상 저자가 기록하고 있다.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여 이르시되 너는 피를 심히 많이 흘렸고 크게 전쟁하였느니라 네가 내 앞에서 땅에 피를 많이 흘렸은즉 내 이름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하지 못하리라 <대상 22:8>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고하게 흘린 피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밧세바를 취하기 위해 그 남편을 격전지로 몰아갔던 일화도 있다. 놉땅에서 수많은 제사장들을 죽게 만든 사건도 있다. 그는 페리클래스와 같이 완성형 지도자가 아니라, 비완성형 지도자의 모습부터 기술되어 있고, 개인적으로 보면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인물은 아니었다. 왕위에 오르기까지 그의 여정은 긴 세월에 걸친 훈련과 실수의 과정이었다.
투키디데스와 다윗을 기술한 성서 저자들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페리클래스를 그가 자신의 리더십을 완성한 시기에 집중하여 기술한 투키디데스와 다윗의 일대기를 유년기부터 기술한 성서 저자들 사이에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 완성된 토기를 보여주려는 장인과 완성되고 있는, 만들어가고 있는 전 과정을 보여주려는 스승의 차이이다. 이 두 방식은 교육적 가치와 교훈적 가치를 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완성된 지도자의 모습을 모델로 그와 같은 인물을 목표로 경진하게 하려는 교육적 기술과 지도자로 완성되어가는 평범한 한 개인의 실수와 발전을 보여주며 교훈을 주려는 관점이다.
투키디데스에게 페리클래스의 과거의 과오는 중요치 않았다. 다만, 그가 자신이 기술할 시점에서 보여주었던, 혹은 자신이 보려했던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서술하는 데 집중하였다. 성서 저자들은 다윗의 과오 또한 후대의 사람들에게 전할 필요성을 가지고 있었다. 다윗 본인은 시편 131편을 통해서 자신이 저질렀던 과오들을 알리고, 자신이 그 과오로부터 돌이켜 회개했던 것들을 노래하며 약 4가지 부분을 지도자의 덕목으로 삼았다. 그것은 겸손, 믿고 맡김, 감정통제, 과거로부터 배움이다.
페리클래스는 자신이 갖춘 덕목들을 가지고 자신을 믿었다면, 다윗은 자신의 외부에 있는 신, 사람, 과거의 나 자신으로부터 배우고, 감정을 통제했다. 페리클래스는 합리적 이성을 바탕으로 통찰력, 대화능력, 공동체중심, 청렴을 갖추었다면 다윗은 자기에게 갖춰지지 않은 지도자로서의 덕목들을 외부에서 다른 사람과의 ‘협력’으로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밥 얀디안이 다윗의 리더십을 ‘섬김의 리더십’으로 보았던 것은 다윗이 다른 이들을 섬기는 겸손함을 갖춘 부분을 강조하지만, 다윗이 실제로 겸손했던 것은 능력없는 자신의 주위에 능력있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요약하자면, 페리클래스는 완성형 지도자였고, 다윗은 완성되어가는 지도자였다고 볼 수 있다.
반응형
'책 Check >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비우스의 <로마사1> (0) | 2021.02.08 |
---|---|
타키투스의 <연대기> (0) | 2021.02.07 |
키케로의 <의무론> (0) | 2021.02.04 |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0) | 2021.02.03 |
키케로의 <의무론> (0) | 2021.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