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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에세이

조급함에 대하여

by 스파르탄 2021.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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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떠리뜨리의 해가 시작되고서 2020년을 돌아보았다. 지난 해는 조급한 한해였다.

 

32살을 먹고도 여전히 비어 있는 이력과 텅장이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2020년 텅장을 두둑히 하고자, 코로나 19를 피해서 저점에 넣었던 투자금도 원금만 남기고 

 

모두 아사리판이 나버렸다. 조급함이 제일 큰 원인이었다.

 

지난 1년은 이 조급함과의 사투였고, 나는 졌다. 

 

투자의 패배는 조급함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처음엔 이성적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투자를 시작했다. 

 

여러 번의 매매가 들어맞기 시작했고 초반엔 잘 벌었다. 

 

그러다가 결혼도 했겠다, 집을 마련하고 싶은데 집값은 

 

버스전용차로로 달려나가고, 나는 답답한 출근길에 가로막힌 기분이었다. 

 

앞서 달려가고 있는 집값을 따라잡고 싶은 마음이 조급함이 되어 

 

그대로 꾸준히 달릴 투자금들을 이쪽 저쪽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신호등이 있는 도로에서 5분이냐 10분이냐 하는 간발의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이리저리 차선을 옮겨타다가 결국엔 시드머니에 접촉사고부터 

 

대형사고가 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멈춰서서 사고를 수습하고 좀 갓길에 세우고 며칠 쉬어야 하는데

 

또 다시 멀어져버린 기회들에 눈이 돌아갔다. 

 

이제는 꾸준한 속도로 달리는 이들을 보며 조바심이 났다. 일주일, 한달을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달리는 모습을 보며 그 정도만 달려가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저만치 앞서가는 집과 잃어버린 기회들을 보자 또 조바심이 났다. 

 

또 사고의 반복이었다.

 

빨리 가는 것보다 꾸준히 가는게 중요했는데, 

 

그렇게 서두르다가 사고나서 정차해 있는 시간에 벌써 목적지에 도착할 터였다. 

 

투자는 사고가 나지 않게, 조바심을 내지 않는 안전운전이여야 살아서 목표까지 간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2021년 새해를 맞이하여, 더욱 가열차게 투자를 했을까? 

 

아니다. 1월에는 매매를 푹 쉬었다. 등락이 오고가는 차트를 벗어나서 

 

몸을 챙기고, 이 블로그를 시작했다.

 

매매에 눈이 돌아갈 때마다 얼른 몸을 부여잡아 서재에 

 

스스로를 앉히고 글을 정리하고 쓰고 고쳤다. 

 

글만큼은 조급한 마음과는 거리가 먼, 지지부진한 작업이라 

 

과잉이었던 조급한 마음을 덜어내기에 맞춤이었다.

 

또, 동시에 그동안 돈에 대한 욕구 만큼이나 일었던 식욕도 좀 덜어냈다. 

 

돈을 잃어서 쓰린 속이어서 마침 좋았다. 

 

1일 1식이라는 걸 난생처음 해보고 공복이 주는 힘없는 여유를 즐겼다.

 

조급함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에 115킬로까지 불었던 몸무게가

 

10킬로 정도 사라졌다. 

 

기초대사량을 본의가 아니게 헬스와 축구로 높여논 결과였다.  

 

그리고 1월의 말경에 다시금 투자에 발을 들였다. 

 

오랜만에 돈놀이를 하니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가 

 

또 생각없는 사람이 되어감을 알아챘다.

 

스스로 메타인지가 돌아간다는 게 다행이었다. 역시,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어라. 

 

매수를 하고 매도를 하고, 이익을 보고 손실을 보면서 

 

조급함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용도변경을 해보며 어떨까 싶었다.

 

조금 서둘러 출발하고, 조금 서둘러 멈추는 것은

 

투자에 큰 무기가 될성 싶었다. 

 

어차피 내외부의 요건에 따라서 조급증은 일어나게 마련인데, 이 마음의 상태 또한 

 

잘 길들여서 '서둘러야 할 때 서두르게' 만들면 될 일 아닌가. 

 

어차피 삶을 살아가면서 높낮음이 수없이 반복되듯이 그에 따라 마음도 

 

시시각각 변할 테고 그 시기에 맞춰서 잘 대응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글을 쓰는 와중에도 투자한 돈에 조급증이 나다가도, 

 

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세상만사 어느 누가 주위에서 아우성을 지르고 

 

꽹가리 같은 소음이나 세이렌의 홀리는 아름다운 소리가 

 

들려도 내 조바심을 잘 길들여서 잘 대응해야지.

 

이번 2021년은 돈은 덜어내지 말고, 몸무게는 덜어내고, 조급함은

 

잘 컨트롤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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