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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에세이

치질의 온도.

by 스파르탄 2023.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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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질의 발단

 

내 나이 어느 덧 인생의 서론을 지나, 서른의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그 동안의 인생에서 내 몸에서 분비되고 배설되던 모든 구멍에는 불문율이 있었다.

최대의 양을 최고의 힘을 다해 내보낼 것. 

콧물은 뇌수가 코를 타고 나오기 직전까지.

눈물은 눈알이 튀어나오기 직전까지.

소변은 복압으로 최대한 방광을 쥐어짜서, 

오줌줄기가 워터잿(Water Jet)이 되서 소변기를 쪼갤 기세로.

오늘의 주제인 치질의 원인도 이러한 대변을 보는 생활습관 때문에 시작되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 로켓이 대기권을 돌파할 요량으로

분출하는 그 에너지로 대변을 매일 분출해댔던 것이다. 

인생의 서론을 넘어 본론으로 넘어가는 지금까지. 

 

인생의 서론이었을 당시에는 내 응꼬가 아직 막 씻은 대창처럼 청렴했던 시기였고, 

아직 술과 괴식과 편식 등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절이었기에, 응꼬가 아직은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고,

내 의지에 따라줬었기에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본론에 접어들어, 오래 앉아있고, 섬유질을 섭취하지 않고, 고기와 동시에 각종 매운 식단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나의 응꼬는 약간의 핏빛 혁명을 준비하고 있었다. 

혁명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었는 줄 생각하는 멍청한 어느 국왕, 영주처럼 

나 또한 내 응꼬의 핏빛 혁명을 보고도 응꼬에 대한 내 압제를 풀지 않았고,

결국에 응꼬는 핏빛 혁명에도 굴하지 않는 나를 보고 비웃기라도 하듯이 

혁명정부를 자신의 응꼬에 세워버리게 된 것이었다. 

그 핏빛 혁명정부의 이름은 영국의 처칠이 아니고, 나를 서서히 처치하고자 하는, "치질"이었다. 

 

 

2. 치질이란(이론)

 

치질이란 용어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치질은 응꼬에 생기는 질환을 통칭하는 용어로 치핵, 치열, 치루 등을 모두 치질이라 한다.

 

치핵은 응꼬 이전에 대장의 말단과 응꼬(사실, 응꼬의 경계는 대장의 말단부와 참으로 경계가 모호하다.)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응꼬 안, 응꼬 바깥, 응꼬 아예 바깥으로 대장의 말단부가 튀어나오는 것을 말한다.

 

치열은 응꼬에 생기는 열상, 즉, 찢어짐을 말한다.

 

치루는 살짝 복잡한데, 응꼬에 여러가지, 뭐 세균감염이나 이런 것들이 생기면 염증이 생기고, 응꼬 내부에서  그 염증을 배출하기 위해서 우리 몸에서 치루관을 뚫게 되는데, 그게 응꼬와 가까운 엉덩이 살쪽에 염증성 종기로 배출되게 된다. 이것이 치루이며, 다발성(구멍이 여러군데), 단발성(한군데)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요게 외과적 수술을 할때도 상당히 복잡하다. 

 

자, 거의 준 항문외과 전문의처럼 치질에 대해 소상히 더 분류할 수 있고, 치료법에 대한 상세한 안내도, 수술방법도, 과거의 트랜드와 현재의 트랜드, 마취방식의 종류, 어떤 예후, 입원 기간 등 수많은 정보가 내 뇌에 그저 자연스럽게 쌓일만큼의 연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부턴가 배변을 하면 응꼬에 열감이 있고, 쓰리다가 어느 날 응꼬를 닦다가 뭔가 핏빛 혁명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군주란 깨끗한 곳에서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국가의 어둡고 습한 곳의 백성까지 굽어살펴보아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모자란 군주였다. 이미 치핵이 1기부터 4기까지의 진행이 있다면 4기까지, 4기는 가출한 아들이 더 이상 나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굳게 선언한 것처럼 항상 응꼬 밖으로 나와서 방황하는 것을 말한다.

 

그 이전의 기수는 집에서는 반항하지만, 밖으로는 절대 나돌지 않음(1기), 가끔 바깥으로 나돌지만 본인 스스로가 때되면 집으로 들어옴(2기), 매번 바깥으로 나돌아서 응꼬아버지가 너 이새퀴! 빨리 안들어와! 하면서 응꼬로 밀어넣으면 아이씨, 안들어간다고요! 싫다고요! 하면서도 슬슬- 밖의 생활이 똥에 치이기만 하니 집으로 들어간다.(3기) 그러나 4기 이 새키는 이제 응꼬 애비애미도 몰라보고 똥밭에 굴러도 응꼬 밖이 좋사오니! 를 외치면서 온갖 똥맛을 봐도 굳건히 응꼬밖에서 아버지가 무릎꿇고 사정해도 들어가지 않는 상태이다. 

 

내 상태는 4기, 애새키가 이제 가출하여 집으로 다시는 안들어가는 완고한 시기였다. 치핵 4기. 거기에 더하여 치열, 응꼬의 찢어짐도 있었다.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치열은 응꼬에 자꾸 상처가 나고, 아물고, 나고 아물고를 반복하면서 그 자리에 "섬유화"가 진행되어 응꼬가 이전의 탄력을 잃어버리면서 섬유화로 인해 응꼬의 최대로 스트레치가 되는 구간이 작아지면서 계속 또 치열이 생기고 아물고를 반복하면서 "더 이상은 아물지 못해!" 상태가 최종형태인데, 그 최종형태를 경험한 사람이 바로 나에요. 

 

다행히, 감염으로 인한 치루는 발견되지 않았다. 치질 3관왕을 차지할 수도 있었으나, 치질 2관왕에 그쳤다. 내가 이 사실을 스스로 공부한 것들로만 알았다면 그것은 반쪽자리 지식인이었겠지만, 나는 온전한 지식을 추구하기에 필드워크를 항문외과로 다녀왔다. 

 

 

3. 치질 검진의 날(필드워크)

 

마침 쉬는 날, 와이프의 손을 꼭잡고 더 이상은 이 쓰라린 고통과 배변이 두려울 정도의 나날을 참지 못해 항문외과의 문을 두드려 열었다. 그리고 내 응꼬가 의사의 촉진에 의해 열렸다.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나는 게이분들에 대한 혐오도 없었지만 이제는 일종의 경외심마저 들었다. 윤활액을 바르고 들어오는 리틀 타이니 원 핑거에도 이렇게 온몸이 응꼬 안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이 아픈데, 그들은 어떻게? 정말 나는 응꼬에 힘을 빼라는 의사의 주문에 후- 하면서 빼보려 했으나 그 손가락을 빼고 싶었다. 또 정보를 찾아보니 촉진을 먼저 하고 내시경을 넣어 환부를 촬영하는 것이 정석 중의 정석이었다.

 

한번은 사람이 한번은 기계가 전인미답의 내 프라이빗한 공간의 문을 열어젖히니, 구푸려 옆으로 누워 몸을 말고 있는 나란 녀석에게 내 손이 하나 더 있다면 등을 두드려 주고 싶었다. 거구의 몸이 버들나무 가지처럼 얕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손은 두 개였고, 그 두번의 개통식을 끝내고 내 응꼬를 힘있게 닦는 의사의 손길에 갓난 아기처럼 응애-하고 울 뻔 했다. 더욱 치욕의 깊이가 남달랐던 것은 우리 와이프가 친절하게도 여의사가 아니라 남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알아봐주었기 때문이었는데, 옆에서 내 응꼬를 보며 토론하는 간호사는 여성이었던 것이었다. 이래나 저래나 수치는 당할 터였다. 

 

보호자분 들어오라고 해서 내시경으로 찍은 응꼬 내부와 외부 사진을 함께 비교분석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수술적 치료를 할지, 비수술적 치료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나는 치열(제대로 1자로 찢어진)과 치핵(4기)이었으므로, 의사는 이때까지 어떻게 참았느냐면서 당장 수술하자고 했다. 

그러나 개통식으로 혼란스러웠던 순간에도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음주로 잡아달라고 하고 땀에 젖은 손으로 와이프의 손을 잡고 탈출하듯 항문외과를 빠져나왔다. 

집에 와서 다시 치질에 대해서, 그리고 혁명분자들을 일순간 제거하는 숙청 : 수술, 혁명분자들을 잘 다독여서 지속적인 회유 : 비수술 의 방법들을 또 연구했다. 그래서 내려진 결론은, 

 

"수술을 하건, 하지 않건 2-3달은 응꼬 관리를 해야 하니, 하지 않고 2-3달 응꼬 관리를 해보고도 통증이 빈번하거나 핏빛 혁명이 일어난다면 그때 수술해도 늦지 않다." 

 

 

외과적 수술 후에도 관리, 비수술적 치료도 관리라면, 먼저 비수술적 치료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치질의 진리를 듣고, 자신만의 비수술적 치료의 3S를 정립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 

 

 

4. 치질의 비수술적 치료 : 3S 

 

치질의 비수술적 치료는 이전의 나의 잘못된 배변습관과의 결별이며, 잘못된 식습관과의 이별이었다. 3S는 Smooth, Speed, Sik습관이다. 

 

3S 중 2S는 화장실 안이고, 나머진 식이요법은 화장실 밖이다. 우리 인생이 화장실 안과 밖 밖에 없지 않은가. 언제부터 인생이 화장실 안과 밖이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당신 주위에 치질환우들에게 내 글을 보여주어라. 그리고 나를 돌로 칠지, 보둠아줄지가 결정될 것이다. 

 

첫번째 S는 스무스다. 복압으로 절대 응가를 최속, 최단, 최대의 스포츠에서나 통할 법한 시간단축을 위한 힘주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비틀즈의 Let it be를 항상 되뇌이면서 응가가 나올테면 나오라지, 하면서 그대로 두라. 절대 복압을 이용하여 응가를 내몸밖으로 내쫓지 말라. 자연스럽게 응가가 출가외인이 되고싶다 할때, 스승님, 빌어먹게 감사했습니다. 라고 무릎꿇고 슬쩍 나갈때까지 어디에도 그녀석을 쫓아낼 힘을 주지 말라. 그저, 나가라. 변의가 왔을 때, 아 갈때가 됐구나, 하면서 스무스하게 보내주어라. 

 

두번째 S는 스피드다. 무조건 응가 시간은 3분을 넘기면 안된다는 강박을 가져야 한다. 만약, 응가가 3분안에 나오지 않는다면 이제 그만 철수한다! 하고 응꼬를 미온수로 촙촙- 해주어서 응꼬의 혈액순환을 도운 뒤에 철수해라. 장기자랑에 굳이 나가지 않겠다는 철수를 기어코 내보내려고 힘을 줘서 밀다보면 철수는 그 스트레스에 억하심정을 품고 더 나오지 않는다. 또 더 힘을 주면 응꼬는 증가한 압력에 의해 딱딱하게 굳은 철수를 밀어내느라 치열과 치핵을 또 만들어낸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세번째 S는 식습관이다. 식습관 중에서도 식이섬유를 매 끼니 섭취해야 한다. 식이섬유는 야채류에 있는 사실, 소화를 돕는다기보다 소화를 더디게 하는 채소의 섬유질인데 이 섬유질이 대장까지 오면서 부드러운 응가를 생성해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동시에 물을 충분히, 목이 마를 때 참지 말고 마셔주면 더 부드러운 응가, 치열과 치핵을 자극할 만한 크고 굵고 단단한 녀석을 심인성 발기부전을 일으키게 만들 것이다. 

 

이 세가지 생활양식을 지키다보면 정말, 빠른 시일 내에 치열은 아물고, 치핵은 있으나 부드러운 응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된다. 수술적 치료가 정답이다! 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치질은 보통 다년간의 잘못된 배변습관과 식습관에 기인함으로, 그 습관을 고친다면 훨씬, 아주 훨씬 예후가 좋을 수 있다. 물론, 정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므로, 연구를 했다면 필드워크로 자신의 몸을 의사에게 넘겨서 진찰을 받아보아야 한다. 

 

 

5. 치질의 결말

 

그렇게 해서, 결론적으로 내 응꼬의 상태는 현재, 아주 좋다. 식이섬유의 섭취, 충분한 물 섭취, 3분안에, 후- 를 뱉으며 절대 힘을 세게 주지 않고 횡경막으로만 밀어내는 응꼬 지키기 습관을 유지한 결과 비수술적 치유가 주효했다. 그러나 앞으로 방심하면 또 치질이 도질 것이므로 꾸준히 핏빛 혁명이 일어나지 않기를 관리하며, 응꼬를 위해주며 살아가겠노라고 오늘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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