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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에세이

이엽성 대동맥 판막증

by 스파르탄 2024.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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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0월, 30대 중반에 막 접어든 무렵이었다.

왼쪽 등부터 왼쪽 가슴까지 묵직하고 결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2달간의 과로탓에 신경성 위염이겠거니 했지만 아내는 쉽게 보지말고 

심장전문의 출신의 내과에 가서 검진을 받으라고 했다. 

나 역시도 심장에 문제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혹시나 라는 게 있으니 그 말에 따랐다.

의사 또한 심장과 위 초음파 전에 99퍼센트는 위염일 것이라고 했다.

간호사의 심장초음파를 받다가, 어라? 어어? 이러더니 의사를 호출했고,

증상은 위염으로부터 왔으나, 실제로 더 내 몸의 문제는 심장에 있었다.

 

그 이름하야 "이엽성 대동맥 판막증". 

 

대동맥으로 피를 뿜어댈 때, 피가 뒤로 역류하지 못하게 온전히 닫히는 문 역할을 하는 게 대동맥 판막이다.

이 판막이 꼭 생긴 것이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우주선 문 혹은 카메라의 조리개를 닮았다.

피가 새지 못하게 조이는 역할을 3개의 "엽", 즉 날개가 맞물리면서 수행해야 하는데, 

선천적으로 나는 판막이 3개가 아니라 2개였더란다.

그래서 3개가 막아야 할 문이 2개로만 막다보니 심장이 피를 온몸으로 뿜어낼때, 뒤쪽으로 피가 역류해서

그만큼 필요한 혈액을 뿜기위해 심장이 더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장이 '더' 일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과로가 지 나름대로 생길 것이고, 결국 어느 순간에 쥐가 나면

그게 심근경색. 

듣자마자는 쉽게 와닿지 않아서 벙-했지만, 상급병원으로 가서 제대로 검사를 받아볼 수 있게

소견서를 써준다는 말에 정신이 들었다.

 

심장전문병원에 갔더니 그 수많은 사람 중 30대인 내가 최연소였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증상도 없이 왔냐는 말,

여러 검사를 받고나서 증상이 없는 게 이상하다는 말,

몇 퍼센트 이상 뒤로 새고 있는 혈액량에 

어떤 이상징후도 못 느꼈던 것은 

젊었고, 술은 조금씩 했지만, 담배는 안 태웠고,

운동을 좋아해서 심폐 운동을 많이 했었던 데 기인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피곤하거나 한다든지, 

하면 심장이 먹먹- 해지는 감각이 가끔 느껴지긴 한다. 

 

이 인생, 그리고 나와 칡넝쿨처럼 얽혀있는 수많은 뿌리들, 

특히 내 아, 아, 내, 아이들.

 

이들을 위해서 어떤 준비를 차곡차곡해야할는지,

그리고 나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죽음을 상기하라.
"Memento Mori."

 

죽음이 어느 순간 덮쳐올지 모르는 줄없는 등반가의

마음이 어느 사이엔가 공감이 된다. 

 

죽음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생생히 살아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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