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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에세이

소음

by 스파르탄 2024.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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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청각이 예민했다. 

절대음감이나 그런 류의 감각과 기억력이 기막히게 대응되는 종류의 것이 아니고,

그저 청각에 포착되는 소리의 넓이가 넓었던 것이다. 

그래서 특히, 큰소리에 가뜩이나 안좋은 심장이 두근거리던 적이 많았다. 

누군가가 고함치는 소리, 째지는 소리에 큰 스트레스를 느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보다 큰 소음을 지르고 있는 자기를 발견할 때가 많다. 

굳이 그렇게 큰소리를 쳤어야 했나? 싶은 후회가 많아진다. 

큰소리를 내지말라고 더 큰 소리로 반응하는 것보다,

우선 그 자리를 피해야겠다. 이전에 화가 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밖을 좀 많이 걸으면서 화제를 돌렸는데, 

이제는 애가 둘이라, 뭐가 뭐라, 저게 저래서 시간이 안난다는 핑계로

소음을 그대로 받아서 작은 소음에도 리액션이 커져가는 것 같다. 

"소리 좀 지르지마!"라고 소리지르는 것도 소리지르는 것이니까.

잠잠한 인간이 되고 싶었는데, 갈수록 내가, 내가, 내가 만 소리지르는 소음형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아

골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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